[동행취재] 촛불집회, 뜨거웠던 이재명의 '7시간'

더민주 서명운동과 세월호 가족들과 행진, 강제 소환 연설까지

권영헌 기자 | 입력 : 2016/12/04 [22:13]
▲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와대 100m 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외치고 있다.     ©권영헌

 

지난 12월 3일, 서울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6차 촛불집회는 서울에서만 저녁 9시30분 기준으로 170만명, 전국적으로는 232만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이며 헌정 사상 최대 인파라는 대기록을 경신했다.

 

10월 29일 열린 제1차 촛불집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는 초강경 발언으로 주목으로 받으며 지지율이 고속 상승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도 이날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6차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연이어 10% 후반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오차범위 내에서 추격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6차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을 동행 취재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권영헌

 

“역사의 무덤으로...”

 

계절은 겨울로 들어서고 있지만, 지난 촛불집회 때에 비해 포근한 날씨를 보인 12월 3일, 이재명 성남시장의 일정은 광화문 D면세점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 참석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서명운동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D면세점 근처에 도착했지만, 행사장으로 이동하기는 그렇게 녹녹치 않았다. 그를 알아보고 몰려든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기념촬영에 응하던 이 시장은 행사 참석의 양해를 구하고 서명운동 행사에 동참했다.

 

분당 을 김병욱 국회의원의 사회를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는 최근 청와대 비아그라 구입을 파헤친 김상희 국회의원을 비롯한 여러 국회의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해고를 당한 박근혜가 청와대에서 불법 농성을 하고 있다. 법률상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미 대통령이 아닙니다."라고 강조하고 "여러분의 손으로 역사의 무덤을 팝시다. 우리의 손으로 그를 잡아 역사 속으로 보내줍시다."라며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행진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권영헌

 

“세월호의 아픔, 끝까지 함께...”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서명운동’에 참석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곧바로 세월호 유가족들이 있는 광화문 세월호 4.16 기억저장소로 향했다. 물론 기억저장소로 향하는 길에도 몰려드는 시민들로 이동이 쉽지는 않았다.

 

어렵사리 세월호 가족 행진 대열에 합류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표정은 무거워졌다.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부터 성남시청에 대형 세월호 추모현수막을 게시하고, 세월호 상징 조형물을 설치하는 등 세월호 참사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성남시장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의 사진이 새겨진 현수막을 들고,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촛불집회 처음으로 대법원이 허가한 청와대 정문 100m 전방까지다.

 

▲ 백기완 선생과 함께 한 이재명 성남시장     ©권영헌

 

세월호 가족들과의 행진에서 이 시장은 대한민국 민주화의 역사 백기완 선생과 조우하기도 했는데, 이 시장을 알아본 백기완 선생은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는 동안 여러 덕담을 나누기도 했다. 또한, 백기완 선생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세월호 유가족 행진 선두 유도차량에 올라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백기완 선생은 “이 박근혜 정부는 국민들이 세월호에서 죽어갈 때 도대체 뭐했나?”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이런 정부는 더 이상 우리 국민들을 이끌어 나갈 자격이 없다. 즉각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서 국민들에게 잘못을 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300여명의 국민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을 때, 전 국민이 그 아수라장 참혹한 장면을 지켜보며 애 태우고 있을 때, 구조책임자 박근혜는 어디서 무얼 했나?”라며 “진실을 드러내야하고 반드시 그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하며 잘못된 역사는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 눈물을 닦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권영헌

 

“청와대 100m 앞, 눈물의 의미”

 

법원으로부터 허가받은 청와대 100m 앞까지 도착한 세월호 유가족들과 이재명 성남시장은 경찰이 설치해놓은 저지선 앞에서 멈춰야 했다.

 

지난 2014년 8월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농성 당시를 떠올린 김성실씨(故 동혁 군 어머니)를 비롯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하나 둘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눈물을 보이는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같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월호 유가족들과 이 시장은 “박근혜는 퇴진하라!” “세월호를 인양하라!” “진실을 규명하라” 등 박근혜 정부 퇴진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연설을 듣고 있는 시민들     ©권영헌

 

“강제 소환 연설...역사의 한 장면 될까?”

 

세월호 유가족들과 청와대 100m 앞 행진을 마친 이재명 성남시장은 광화문 본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을 서둘렀다. 오후 2시 30분부터 4시간이 넘게 강행된 일정으로 이 시장에게 잠시 휴식이 필요해보였다.

 

하지만, 청운동 주민센터 앞을 빠져나와 광화문 본 행사장으로 가는 길에 이 시장을 알아본 시민들에게 둘러싸여 한 발짝도 못 움직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내자동 로타리 방향 도로에서 기념촬영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1시간을 보냈지만, 이 시장을 둘러싼 시민들은 더 늘어나고 있었다.

 

5시간 강행군을 한 이 시장은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시민들을 빠져나와 한 카페에 들어섰지만, 카페 안에 있던 시민들 역시 이 시장을 알아보고 기념촬영을 요구하기도 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와대 앞 강제소환 연설'에 모인 수백명의 시민들     ©권영헌

 

그렇게 5분 남짓 흘렀을까? 카페 3층에서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 있는 이 시장은 발견한 시민들은 '이재명'을 연호하며, ‘빨리 와라’, ‘사이다, 얼굴 좀 보자’ ‘시원하게 얘기 좀 듣자’ 등 이 시장이 빨리 카페에서 나올 것을 요구했다.

 

5분여의 휴식을 마친 이재명 성남시장은 시민들의 성화에 못 이겨 카페 밖으로 나섰다. 이 시장이 등장하자 시민들은 크게 환호하며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 시장 주변으로 몰려든 시민들은 스스로 ‘앉아라’를 외치며 자연스레 연설 분위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희생시켰는지 설명하면서 “우리는 치열하게 싸우고 피 흘렸지만, 결과물을 이들에게 뺏겼어요. 이번에도 뺏길 가능성이 상당히 큽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기득권 세력은) 이걸 뺏어가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전은 정리됐습니다.”라고 덧붙이면서 기득권 세력이 어떻게 국민들을 기망하지 설명을 시작했다.

 

▲ 이재명 성남시장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     ©권영헌

 

(이하 이재명 성남시장 연설 당시 주요부분 녹취)

 

"첫째, (기득권 세력들은) 시간을 끈다. 국민이 지칠 때까지 기다린다.

 

둘째, 국민이 지칠 그사이를 기다려서 개헌으로 세력을 모은다. 그리고 몸통을 일부 떼고 친박의 이름을 떼고 제3 지대에서 세력을 만든다.

 

거기엔 미끼가 있죠.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너희 한 덩어리, 떼 주는 거죠. 의원 30명이면 장관 4개 가져. 의원 10명, 장관 2개 가져.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모든 사태가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라는 말을 할 거다. 제도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가 아니다. 제도가 문제면 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발목 잡혀서 아무 일도 못 했나.

 

▲ 이재명은 30분동안 막힘없이 연설을 이어갔고, 시민들의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했다.     ©권영헌

 

이건 작전이 이미 나와 있다. 최순실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저들이 던진 카드가 뭡니까. 개헌 카드였어요. 지금 쫓겨날 위기에도 개헌 얘기하고 있어요. 임기 단축 개헌. 하는 김에 권력 이야기도, 내각제도 해보지. 이러면 다 잊어버립니다. 이때까지 이 사람들이 해 온 수법이죠. 하나의 큰 사고를 치면, 더 큰 사고로 덮습니다.

 

이번에도 작전이 그거에요. 내각제 해서 권토중래를 노리는 겁니다. 절대로 이번에는 당하면 안 됩니다. 제2의 6.29, 제2의 3당 합당으로 자기들의 세력을 뽑으려고 하는 겁니다.

 

국회로 권력이 넘어가면 누가 무슨 짓을 하는지 분산돼서 알 수가 없어요. 경제권력은 더 통제하기가 쉬워집니다. 70년 동안 쌓아온 부당한 기득권 구조를 고칠 수가 없습니다. 일본 자민당처럼 돼요. 할아버지도 국회의원, 아버지도 국회의원, 아들도 국회의원. 절대로 속지 말고, 박근혜 퇴진 운동에 집중하십니다. 여러분.

 

▲ 연설이 끝난 후에도 모여든 시민들과 기념촬영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     ©권영헌

 

이재명 성남시장은 연설이 끝난 후에도 한참을 시민들과 인증샷을 촬영했고, 시간은 벌써 9시 30분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렇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6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재명 성남시장의 뜨거웠던 7시간은 마무리됐다.

 

주최 측 추산 전국 집계 232만여 국민들이 참가해 어느 때보다 뜨거웠던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제6차 촛불집회는 밤늦은 시간까지 계속됐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들의 함성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7시간...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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