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구단주에 그 감독, 그리고 시민들

성남FC가 구단주와 감독, 시민들의 힘을 모아 시민구단으로 튼튼하게 자리잡아...

권영헌 기자 | 입력 : 2015/05/28 [16:53]
▲ 시민구단 창단 2년째를 맞는 성남FC가 시민들 속에서 자리잡고 있다.    ©권영헌

 

시민구단 최초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이하 ACL) 16강에 진출하면서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성남FC가 27일 16강 2차전에서 광저우 헝다에 종합 스코어 2:3로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16강 1차전에서 아시아 최고 부자 구단인 광저우 헝다를 2:1로 이기는가 하면 K리그에서도 다른 구단들 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에서도 6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평균 홈경기 관중 수도 지난해에 비해 1천여명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시민구단으로는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성남시민들의 큰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시민구단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성남FC가 이런 성공을 거두고 있는 데는 구단 내외부적으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FC의 성공적인 행보 속에는 이재명이라는 이름 빼놓을 수 없다. 거의 모든 홈 경기에 경기장을 찾는가 하면, 얼굴만 잠깐 내밀고 자리를 뜨는 일반적인 지자체장과는 달리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장에 남아 성남FC를 응원한다.

 

▲ ACL 16강 1차전 승리가 확정되자 환호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김혜경 여사     ©권영헌

    

지난 ACL 16강 1차전 때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도 서포터즈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해 팬들 사이에서는 구단주 보다는 한 명의 성남FC 광팬으로 인식될 정도다.

    

지난해에는 불문율처럼 여겨지던 심판판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해 프로축구연맹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당시 이재명 구단주는 “우리 팀을 잘 봐달라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봐달라는 것.”이라며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은 일화가 있기도 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말로만 성남FC 사랑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올 시즌 많은 경기 일정에 대비해 미리 성남FC 예산을 15억을 증액하는가 하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선수들을 직접 찾아가 격려하거나 전화 메시지를 보내 격려하기도 한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김두현 선수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 권영헌


    

27일 열린 ACL 16강 2차전에는 비서들을 물리고, 시민들 속으로 들어가 함께 거리응원을 펼치는 등 남다른 성남FC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성남FC의 성공요인 두 번째는 바로 김학범 감독이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해 박종환 감독의 불명예 사퇴와 감독대행 체제로 심하게 흔들리던 성남FC를 빠르게 수습하고 FA컵 우승을 일궈내더니, K리그 클래식 잔류라는 성과까지 동시에 이뤄냈다.

    

‘학범슨’이라는 별명처럼 탁월한 작전 능력으로 ‘ACL에서 창피만 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태국 챔피언 부리람 유나이티드, 일본 챔피언 감바 오사카, 중국 챔피언 광저우 헝다와 광저우 부리를 차례로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시민구단 최초 ACL 16강 진출과 16강 첫 승을 올렸다.

 

▲ 아버지처럼 편안하게 선수들을 이끌고 있는 김학범 감독     ©권영헌

 

김학범 감독은 무뚝뚝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평소 선수들과 편안하게 지내며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는가 하면, 훈련시간에도 선수들과 장난을 치고 내기를 하기도 한다.

    

지난 광저우 헝다와 ACL 1차전에서는 광저우 헝다의 비디오를 밤새서 보고 또 보고 해서 상대 선수들의 약점을 찾아내 선수들에게 맞춤 전략을 전달한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시즌 개막전이었던 전북 현대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은 성남FC에서 가장 위험한 요인은 바로 김학범 감독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성남FC에서 김학범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김학범 감독은 올 시즌 성남FC를 잘 지지않는 팀, 조직력이 탄탄한 팀으로 변모시켜 K리그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모든 팀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강한 팀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ACL 16강 2차전 경기가 끝나고 자리에 주저앉아 있는 정선호 선수를 일으켜 세워주고 있는 김학범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공동취재단

 

마지막으로 성남FC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은 바로 시민들이다.

    

성남FC 창단을 위해 1만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성남FC 시민주주로 참가해 성남일화에서 시민구단인 성남FC를 탈바꿈하는데 힘을 보태는가 하면 지난해 경기당 평균관중 3천여 명에서 올해는 경기당 4천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탄천종합운동장을 찾고 있다.

    

시즌권 판매와 유니폼 판매 등 성남FC 관련 상품들의 판매도 수직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성남FC가 시민구단으로서 탄탄한 재정을 구축하는데도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성남시민들이다.

 

▲ 성남FC를 응원하기 위해 광장을 가득메운 시민들     ©권영헌

  

5월 27일 열린 ACL 16강 2차전 경기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아님에도 1천여명 이상의 시민들이 야탑역 광장에서 거리응원을 펼치기도 해 많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날 거리응원에는 모두 자발적으로 모인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성남FC의 승리를 염원했지만, 성남FC가 아쉽게 패하자 선수들의 투혼과 높은 경기력에 박수를 보내며 끝까지 성남FC를 응원했다.

    

또한, 응원이 끝나고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를 깨끗하게 청소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까지 선보여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열정적인 응원을 보낸 시민들은 쓰레기 정리 등 마지막 정리도 깔끔하게 해 주위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권영헌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거리 응원에 맥주와 음료수를 제공한 야탑상인회에 따르면 이날 주변 상가들의 매출이 10%이상 증가했다고 밝혀 성남FC를 통한 시민들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구단주, 김학범 감독 그리고 성남시민들을 통해 성남FC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이며 K리그 대표적인 비인기 구단에서 초절정 인기구단으로 변모해가고 있다.

    

단순히 한번 반짝하는 구단이 아니라, 시민들 속에서 깊이 뿌리내려 50년, 100년이 가는 명문구단으로 성남FC의 기반을 차곡차곡 다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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