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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통일이다 '포엠만경' 6호 출간
 
박해전 기사입력 :  2018/01/0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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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만경> 6호 동인시인들. 강상기, 김광원, 박백남, 박윤기, 박환용, 승한, 임인숙, 장재훈, 정재영, 최기종, 호병탁 시인.     © 사람일보



문재인 정권 출범 후 새로운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하여 전진할 것인가?  ‘이제는 통일이다, 평화다’라는 기치를 든 동인시집 <포엠만경> 6호가 출간됐다.

강상기 <포엠만경> 회장을 비롯하여 김광원, 박백남, 박윤기, 박환용, 승한, 임인숙, 장재훈, 정재영, 최기종, 호병탁 시인 등 동인 11인이 신작시 5편씩을 실었으며, 전쟁반대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은 공통주제시를 특집으로 다루었다. 초대시로 명예회원인 박해전, 박금란 시인의 작품도 선보였다.

<포엠만경> 6호에는 우리 시대의 진실과 아픔을 함께하려는 창작정신이 오롯이 담겨져 있다.

강상기 회장은 시인의 말에서 “우리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하는 것은 자본의 횡포다. 우리들이 에네지가 방전하여 밤늦은 시간 퇴근하는 것도 자본의 횡포다. 살아남기 위한 싸움에 지쳐 종교로 도피하여 위안받고자 하나 이 또한 자본과 한편으로 종교장사를 하고 있다. 참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없는 것인가" 묻고 있다.

김광원 시인은 "미완의 동학농민혁명 이후 참 가혹한 120여년이 흘러 촛불시민혁명에 이르렀다. 물론 그 많은 적폐가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지만, 예전보다는 다소 희망을 안고 사는 것 같다"며 "불행한 시대의 딜레마를 안고 살아가는 부끄러움이 시나브로 사라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 <포엠만경> 6호 표지.     © 사람일보

장재훈 시인은 "그리운 이름들 설령 우울한 얼굴로 집에서 나왔더라도 <포엠만경> 동인들을 만나면 화안한 얼굴이 된다"며 "삶에 지쳐 울고 싶을 때라도 <포엠만경> 동인들의 글을 읽노라면 새 힘과 진정성을 얻게 된다"고 토로하고 있다.

호병탁 시인은 "지금처럼 남들보다 약간은 춥고 배가 고픈 상태로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래야 몸땡이도 대갈통도 어느 정도 긴장을 하면서 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어려워봐야, 슬퍼봐야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런 생각을 죽을 때까지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이런 생각이 제가 깎는 시편에도 배어들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아래는 특집 ‘이젠 통일이다, 평화다’ 시편이다.

 

화약고를 건드리지 마라

 

강 상 기

 

전쟁 일어나면 어떻게 되나

한반도는 홀로코스트보다 참혹하게

행복도 없고 불행도 없다

한반도에서는 더 이상 머물 곳도 없고

목숨에 연연하여 물러설 곳도 없다

 

평화가 부서지고 웃음이 부서지고 가족이 부서지고

이웃이 부서지고 마을이 부서지고 나라가 부서지고

 

이 모든 부서진 폐허 속

벙커에 숨어 있다고 살 수 없다

비상식량을 가졌다고 살 수 없다

눈물과 기아를 견디며 살 수 없다

오직 화염의 재가 대지를 덮을 것이다

 

철조망 너머 북쪽에서

바다 건너 동쪽에서

죽음의 공포가 날아온다


제발 화약고를 건드리지 마라

 

성주사람

 

최기종

내 집에

저런 먹구름 들이지 마라.

내 가슴에

유기질 단내 나는 내 가슴에

저런 두려운 것 심지 마라.

내 곧은 눈

화톳불 이글거리는 두 눈에

저런 고약한 사술 피우지 마라.

 

내 가는 길

닿는 대로 평화이고 푸르던 내 길에

저런 철조망 치지 마라.

내 기침소리

벌겋게 각혈하는 내 기침소리

저런 불구덩이 외세는 OUT아웃

 

26시

– 게오르규의 《25시》를 읽고

 

장재훈

 

‘웃으세요

웃으세요

웃으라니까요!’

 

웃으라는 신문기자의 외침에도

요한 모리츠는

자기가 낳지 않은, 자기의 딸

금발머리 소녀를 보고

웃지 못했다.

아니, 한쪽 눈은 웃고

다른 한쪽 눈은 울고 있었다.

 

세계는, 세계인은

게오르규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통해

이제껏 인류의 시계에 없던

시계바늘을 보게 되었다.

 

어른이 크게 울게 되는 그런 전쟁이 또 일어나면

이제 26시, 27시, 28시.......

거짓말 같은 시간이 나타날 것이다.

 

트럼프에게

 

김광원

 

백악기 일억 년 동안이

공룡의 전성기라지요.

길고 긴 동안 지구를 군림했는데

공룡은 왜 갑자기 사라졌냐고요?

말들 들어보니

거대한 운석이 충돌해서

화산 활동이 많아져서

지구 온도가 떨어져서 등등

멸종 가설은 참 많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공룡의 덩치가 너무 컸다는 거 아니겠어요.

적응을 못했던 것이지요.

그러니 여보소, 트럼프 양반.

함부로 힘자랑 말아요.

당신의 위기를 괜한 위협으로 흐리지 말라고요.

동박새와 동백꽃 얘기 못 들었나요.

벌, 나비 없는 추운 날에

새는 꿀 먹어서 좋고

꽃은 꽃가루받이해서 좋고

그거 참 얼마나 보기 좋은가 말이요.

짓눌러 단김에 끝내려 말고

상대 말 좀 진중히 들어봐요.

서로 좋을 일 찾아보라고요.

이러다가 당신이 먼저 나가떨어지겠어요.

지금은 공룡시대가 아니라니까요.

 

전쟁, 그 몇 개의 단상

박윤기                 

 

1. 단풍

 

형은 빨치산, 아우는 토벌대
대리인으로 맞서 싸우다
죽은 그 자리
수십 년이 흐른 지리산 피아골,
흘린 피 서로 엉켜
다비茶毘의 불꽃 피운다.

 

2. 난장

 

화개장터에 난장 섰다.
좋은 목 차지하려고
삿대질하고 멱살 잡고 욕설이 오가다
파장한 저녁노을 그 자리
막걸리 한 사발로

장돌뱅이들, 허탈한 가슴을 푼다.

 

3. 유리꽃

 

지진이 지나간 뒤
벽에 금이 가고 여진이 오더니
유리창이 떨어져 박살났다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면서
가을 햇살, 파르르 떠는 그 자리
비로소 유리는 꽃을 피운다.

 

4. 전자게임

 

저편에서

대륙간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다.
사드로 방어한다.
한반도 상공에서 폭파되어
모니터에 낙진이 켜켜이 쌓인다.
갑자기 화면이 캄캄하다. 

 

 -GAME OVER-

 

복수초

 

박백남

 

섬들은 늘 불안했다.

 

북에서쏜포탄에연평도평화가깨지고행복이부서지고산과민가에불꽃과매캐한연기가일었다군인과민간인몇몇이죽거나다쳤다우리들은전면전이일어날까두려움에떨었고전쟁을경험한할배들은훈장이고드름처럼달린냉전시대의군복을꺼내입고규탄대회를열었다.

 

섬들은 늘 복수의 날을 기다렸다.

 

마침내 동토(凍土)를 뚫고

보드라운 힘 하나 솟아올랐다.

 

복수꽃

노란 한 송이.

 

붉은 섬

 

정재영

 

붉은 섬

제주도에는

여전히

섬 속에 섬, 사삼이 산다.

 

붉은 광장

광주에는

아직도

아우성 속에 아우성, 오일팔이 산다.

 

붉은 섬

남과 북에선

절뚝거리며 깃발 들고 나선

동학이 산다.

 

붉은 섬에서

불을 장난처럼 쓰려는

육이오의 여진이 반복되는 곳

 

백록에서 천지까지

피의 잔치를 즐기던 무리들

그 모든 것을 불살라 버리고

재속에 푸르게 달려오는

봄, 그 햇살 가득한 육일오로

팔일오의 심장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사람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원본 기사 보기:신문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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