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타가' 녹인 이상윤의 '팽이축구'

제파로프, 정선호, 김태환 연속골, 선두 포항에 3:1로 완승

권영헌 기자 | 입력 : 2014/05/04 [15:08]

리그 10경기 3골의 빈약한 공격력을 보이던 성남FC가 이상윤 감독대행의 '팽이축구'를 앞세워 리그 선두 포항스틸러스를 맞아 제파로프, 정선호, 김태환이 연속 3골을 퍼부으며 포항 황선홍 감독의 '스틸타가'를 녹여버렸다.

 

▲ 성남FC가 리그 선두인 포항을 맞아 3:1의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 권영헌

 

박종환 감독이 '선수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자진사퇴한 상황에서 이상윤 수석코치 체제로 팀을 꾸려가는 성남 FC는 지난 3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4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K리그 선두 포항과의 홈경기에서 3-1 승리를 거뒀다.

 

베스트 일레븐을 거의 바꾸지 않던 전임 박종환 감독과는 달리 이상윤 감독대행은 선발명단에 변화를 주며 선수단을 탄력적으로 폭 넓게 운영하려는 듯, 지난 FA컵에 약간의 부상을 당한 박진포와 부진한 김동섭을 대신해 황의조와 기동력이 좋은 김동희와 정선호를 선발로 출전시켰다.

 

경기 초반, 포항의 짧은 패스를 앞세운 '스틸타카'에 볼 점유율을 내주며 몇 차례 찬스를 허용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인 성남FC는 침착하게 전열을 재정비하며 반격의 기회를 노렸다.

 

▲ 우즈벡 특급 제파로프의 페널티 킥     © 권영헌

 

전반 18분 박진포의 부상으로 출전한 김동희가 포항의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낸 것. 이어 지난 FA컵에서 가볍게 몸을 푼 '우즈벡 특급' 제파로프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켰다.

 

전임 박종환 감독에게 "선수도 아니다"라는 혹평을 듣던 제파로프로서는 그동안의 설움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시원한 페널티 골이 아닐 수 없다. 탄천종합운동장에 운집한 4000여명의 관중들도 뜨거운 박수로 제파로프의 시즌 첫 골을 축하겠다.

 

성남FC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한층 거세진 포항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전반 35분 경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윤영선이 파울을 범하며 포항에 페널티 킥을 허용하고 말았으나, 대기록을 의식한 포항 이명주의 페널티 킥을 골키퍼 박준혁이 선방을 하면서 1:0 리드를 잡은 상태에서 전반을 마무리했다.

 

▲ 포항 이명주의 페널티킥을 막아내고 있는 박준혁 골키퍼.     © 권영헌

 

후반이 시작되자 맹공을 펼치던 포항을 성남FC는 후반 17분, 포항의 프리킥에서 배슬기의 헤딩 골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성남FC의 집중력은 동점이 된 이후에 빛을 발했는데,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에서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정선호가 왼발로 때린 첫 번째 슈팅이 수비를 맞고 되돌아 온 것을 재차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리그 1위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스코어는 2:1. 이상윤 감독대행의 선발 변화가 적중하는 순간이었다.

 

이후 수비진을 내려 굳히기에 들어간 성남FC는 거세게 몰아붙이던 포항의 뒷공간을 놓치지 않았다. 후반 추가시간, 포항의 볼을 끊은 '치타' 김태환이 40m를 드리블해 들어가 포항의 신화용 골키퍼 키를 넘기는 감각적인 슈팅으로 자신의 100경기 출장을 기념하는 쐐기골을 터트리며, 리그 선두인 포항을 3:1롤 몰아붙이며 골 가뭄에 시달리던 성남FC의 득점력 문을 활짝 열었다.

 

▲ '치타' 김태환의 감각적인 슛이 포항의 골망을 가르고 있다.     © 권영헌

 

성남FC는 골잔치를 벌이며 리그 선두 포항을 3:1로 완벽하게 제압해 그동안 골 가뭄으로 답답하던 홈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는데, 이상윤 감독대행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잊을 수 없는 승리"라고 밝히며 눈물을 보여 성남FC 안팎의 일련의 일들로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는지를 짐작케 했다.

 

이날 승리는 성남FC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전임 박종환 감독체제에서는 일명 '파도축구'라는 이름으로 베스트 일레븐이 매 경기 거의 변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내내 쉬지않는 달리는 전술을 펼쳐, 선수들이 기계가 아닌 이상 여름들어 급격한 체력저하가 우려됐던 것이 사실이다.

 

▲ 최근 3경기에서 2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이상윤 감독대행     © 권영헌

 

하지만, 이상윤 감독대행 체제에서는 선수들의 고른 기용과 더불어 조직적인 지역방어를 펼치는 전술을 사용해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성남FC의 장점인 역습을 살리는 작전도 적절히 구사하는 모습으로 그동안의 골 가뭄을 해결한 것을 물론, 성남FC만의 축구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점은 성남FC로서도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이상윤 감독대행은 아직까지 K리그에서는 감독 경험이 없긴 하지만, 스타플레이어 출신으로 다양한 지도자수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상윤 감독대행체제에서 치른 최근 3경기(FA컵 포함)에서 2승 1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성남시 내부에서는 아직 감독내정에 대해 아무런 말도 나오고 있지 않은 상황. 오는 18일 서울FC와의 원정경기에서도 이상윤 감독대행의 선수시절 별명인 '팽이'처럼 강력한 힘으로 쓰러지지 않는 '팽이축구'를 펼치길 기대해본다.

 

▲ 김태환 선수의 축구화 세레모니와 환호하는 관중들.     © 권영헌

 

스틸타카: 스페인 축구 잔 패스 중심의 볼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일컽는 '티키타카'에 포항 스틸러스를 합성해 만든 말로 잔패스로 볼 점유율을 높이는 포항 스틸러스의 축구 스타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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