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새로운 도약은 제대로 된 감독 선임부터!!

내년 시즌 마지막에는 팬들과 함께 웃을 수 있길 기대하며...

권영헌 기자 | 입력 : 2016/11/23 [17:42]
▲  내년 시즌 챌린지에서 경기를 하게 되는 성남FC     ©권영헌

 

내년 시즌에는 성남FC를 K리그 클래식에서 볼 수 없게 됐다.

 

성남FC를 사랑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챌린지 강등이라는 사실 앞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물론 3년여 동안 거의 모든 성남FC 경기를 동행 취재했던 본 기자의 입장에서도 쉽게 화가 가시질 않는다.

 

그러나 챌린지 강등은 현실이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얼마나 빨리 팀을 추슬러 내년 시즌에 대비하느냐에 따라 성남FC가 다시 클래식 그라운드를 밟을 수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어느 팀 보다 먼저 내년 시즌을 준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공석으로 되어 있는 감독 선임이다. 현대 축구에선 감독의 영역이 더 넓어졌다. 예전보다 훨씬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성남FC가 시민구단으로 전환 할 당시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프론트의 선수단 운영 개입 최소화를 선언하고 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영입된 감독은 성남FC가 일화시절 전성기를 구가할 당시 감독인 박종환 감독이었다.

 

▲ 파도축구를 표방했던 박종환 감독     ©권영헌

 

하지만, 박종환 감독은 아쉽게도 선수 폭행 사건이다. 박종환 감독이 물러나면서도 여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으며 물러나야 했던 것은 이른바 ‘꿀밤’ 때문이었다. ‘선수 격려를 위해 꿀밤 몇 대 준 것’이라는 박 감독의 주장과 달리 현장의 학부모들은 가혹한 폭행이라고 주장했다.

 

박종환 감독 퇴임이후 성남FC 감독 바통을 넘겨받은 것은 이상윤 감독대행이었다. 박종환 감독 휘하의 수석코치로 있던 이 감독대행도 여러 가지 내홍으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던 선수단을 추스르지 못하고 초라한 성적으로 몇 경기 만에 자리를 내줘야만 했다.

 

단, 한 경기만을 치른 이영진 감독 대행을 거쳐 김학범 감독이 성남FC 감독에 선임됐다. 김학범 감독은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다.

 

김학범 감독의 스타일과 당시 풀어질 대로 풀어진 선수단의 분위기가 어우러지긴 쉽지 않았다. 축구 관계자들은 모두 알다시피 김학범 감독은 선수단 전체를 휘어잡아 끌고 나가는 스타일로 외출, 외박 등을 철저히 통제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자신만의 카르스마로 2014년 클래식 잔류에 성공하는가 하면, 당시 4강에 진출해 있던 FA컵에서도 4강은 물론 결승전에서 FC서울과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벌이며 시민구단 최초로 FA컵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 김학범 감독                                                                                                                              ©권영헌

 

FA컵 우승으로 이재명 구단주는 김학범 감독에게 용병 영입과 전지훈련 지역과 횟수. 하물며 선수단 식단까지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줬다. 이뿐 아니라, 타 시민구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성남시는 든든한 지원으로 김두현을 비롯해 브라질 용병 3인방인 ‘히카르도’, ‘조르징요’, ‘루카스’를 영입했다.

 

황의조와 발을 맞춘 김두현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듯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브라질 용병 3인방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즌 중간에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브라질로 돌아간 ‘조르징요’와 기대 이하의 활약으로 계약 파기된 ‘히키르도’, 거기에 ‘루카스’는 거액의 연봉을 받았지만, 2군 경기에서도 제대로 된 가능성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석연치 않은 것은 팬들이나 본 기자가 보기에는 전혀 특별할 것 없는 브라질 용병들에게 상당히 높은 연봉으로 계약이 됐다는 것이다. 프로축구의 관례상 브라질 용병 3인방의 연봉을 제대로 밝힐 수는 없다. 하지만, 루카스의 연봉이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배테랑 선수와 비슷하다니... 깜짝 놀랄 일이었다.

 

브라질 용병 3인방 영입 실패로 ‘히카르도’와 ‘조르징요’를 보내고 시즌 막판에 레이나를 영입해 5위라는 성적을 거둔 김학범 감독에게 용병 선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15년 12월 외국인 선수 영입과 관련된 ‘강원FC 전 감독 비리정황 포착’이라는 신문기사가 강원도민일보를 통해 보도되면서 성남FC 주변에서는 용병 선발에 대한 투명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 대표적인 용병 영입 실패 사례인 '조르징요'와 '루카스'                                                               @권영헌

 

그 결과 2016년 시즌 대박을 안긴 티아고와 전년도 용병에 비해 준수한 성적을 거둔 피투의 영입은 성공을 거뒀지만, 2016 시즌 성남FC 선수단은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감독과 선수들 간의 믿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시즌 초반 성남FC가 이른바 잘 나갈 때도 선수들은 “(김학범) 감독님 특유의 선수기용으로 주전 선수들은 피로가 누적되어 있고, 백업 선수들은 동기부여가 없다.”는 말을 하곤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성남FC의 선발 명단은 거의 같은 패턴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한, 시즌 중 A매치 휴식기에 가진 태백 전지훈련에서 한 고참 선수는 “시즌 초반을 잘 지나고 있는데, 전지훈련에서 훈련이 너무 가혹하다.”며 “태백산을 두 번이나 올라갔다 왔는데, 시즌 중에 이런 체력 훈련을 하는 팀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 김학범 감독은 “전 시즌을 풀타임 소화해도 남을 만큼 체력적으로 잘 준비되어 있다.”고 말한 반면 변성환 코치는 “(구상범 감독대행 부임 당시)선수들이 너무 지쳐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의 균열은 지난 8월 3일, FC서울과의 경기에서 전반전에 1:0으로 앞선 상황에서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전술을 구사하며 FC서울의 일방적인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 성남FC 강원도 태백 전지훈련 당시                                                                                                 ©권영헌

 

이 때 한 선수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수비를 하는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라며 “축구를 하다보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지만, 오늘 경기는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 선수단 분위기도 최악이다.”라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성남FC은 윤영선의 입대 경기인 전남 원정경기에서 승리 이후 답답한 경기운영으로 일명 ‘암축구’라는 오명을 쓰며 1무 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고 9월 10일 수원 삼성과의 경기 이후 팬들과의 면담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연 자진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평화적으로 면담을 요구한 서포터즈들이 김학범 감독 사퇴를 부추겼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했다. 본 기자가 직접 본 상황 상황은 김학범 감독이 서포터즈들 때문에 사퇴했다는 말이 나올 상황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축구는 흐름의 스포츠다. 김학범 감독 사퇴 이후, 성남FC U-18 감독이었던 구상범 감독대행 체제로 재정비를 했지만 구상범 감독대행도 한 번 흐트려진 선수단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힘이 붙이는 모습이었다.

 

믿고 싶지 않지만, 성남FC는 다음 시즌부터 챌린지에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 기자가 아니라 성남FC 팬의 한사람으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아마 많은 팬들이 챌린지에서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강등’이라는 단어에 자존심을 상할 것이다.

 

이렇게 길게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 성남FC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하기 때문이다. 답을 제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것들을 정확히 알아야 그 안에서 문제가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 많은 권한을 부여받았을 때는 그에 따르는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받는 성남FC 감독은 독배가 될 수도 있다.

 

현대 축구의 감독은 한 가지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독재적인 감독의 시대는 지났다. 축구 전략 전술은 기본이고, 선수들과의 소통과 관리 그리고 청렴함까지... 성남FC가 제대로 된 감독 선임으로 내년 시즌 마지막에 팬들과 함께 웃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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