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헌의 고자질] 성남FC "쫄지마!!"

이재명 성남시장, 프로축구연맹의 상벌위원회 회부 단호히 대처해야

권영헌 기자 | 입력 : 2014/12/01 [18:28]
▲ 부산전 승리가 확정되자 주먹을 쥐며 환호하는 이재명 성남시장     © 권영헌

 

몇 해 전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을 비롯해, 나경원 국회의원의 1억 피부과 출입 등 다양한 정치적인 아젠다를 선도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 프로그램에서 가장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말이 있다. 바로 "쫄지마, 00!!"

 

이 말은 돈과 권력을 가진 힘 있는 사람들 앞에 힘없고 빽없는 서민들이 기죽지 말고 당당히 맞서라는 의미로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과 정치적인 쏠림현상이 맞물려 힘이 빠져 있던 국민들에게 용기를 줬던 말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한민국 축구계를 장악하고 있는 또 다른 권력과 맞서 "쫄지마, 00!!"을 외쳐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 직후 윤영선 선수와 격려의 포옹을 나누고 있다.     © 권영헌

 

지난 11월 28일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하 성남FC)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K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지난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페널티킥 등을 허용해 성남FC가 강등권 싸움을 벌이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취지의 글을 문제 삼은 프로축구연맹은 12월 1일 이사회를 열고 이재명 성남시장을 상벌위원회에 회부한 것이다.

 

프로축구연맹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가 끝난 뒤 심판 판정을 언급하면 안 된다는 프로축구연맹 경기규칙 제2장 36조5항을 위반했고, 상벌규정 제17조1항(프로축구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위)에 규정을 적용, 징계를 내릴 수 있는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심판판정을 언급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바로 직전에 치러진 경기에 한해 적용하고 있는 규정으로 인식되는 경우로 전북현대의 최강희 감독도 직전 경기의 심판 판정에 대해 언급했다가 벌금을 얻어맞은 바가 있다.

 

그러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문제를 제기한 3경기 중 한 경기는 프로축구연맹 스스로도 심판판정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경기로 페널티 킥을 선언한 심한 경기배정에서 제외되는 징계를 받기도 했다.

 

더욱 이해가 안 되는 것은 프로축구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주장이다.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떡해 프로축구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인지 프로축구연맹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프로축구연맹은 한마디로 문제가 있든 없든 '닥치고 있으라는 것'이다.

 

2014시즌 K리그 클래식의 순위표를 보면 알겠지만, 시도민구단들의 순위는 모두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것이 단순히 시도민구단들이 재정적인 이유로 선수보강을 못해서만 생기는 순위일까?

 

▲ 부산전 승리후 갖은 식사자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선수들을 격려하고 내년시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권영헌

 

K리그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기업구단들에서 심판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시도민구단이 높은 순위를 기록하기는 쉽지 않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성남FC는 올 시즌 시민구단으로 탈바꿈하고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고 마지막 3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FA컵 우승과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이뤄냈다.

 

이제 성남FC는 새로운 시민구단의 모델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이재명 성남시장의 상벌위원회 회부도 새로운 시민구단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일부인 것. 이번 프로축구연맹의 압박에 주저앉고 만다면 성남FC는 그저 그런 시도민구단들과 같이 클래식과 챌린지를 오가는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커다란 바위를 뚫어내는 것은 작은 물방울이다. 기존 권력에 편승하기보다는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자신있게 말하고 악습을 고쳐나가 깨끗한 구단, 자신있는 플레이로 성남시민들에게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는 성남FC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남FC "쫄지마!!!"

 

광고
메인사진
‘나 오늘 라베했어’ 전현무 “김국진, 인생의 멘토이자 예능 스승”
이전
1/8
다음
광고
광고
광고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