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 김학범 감독을 말하다

6년만에 친정팀에 돌아와 FA컵 우승을 거뒀으나 그는 아직 웃지 않았다

권영헌 기자 | 입력 : 2014/11/27 [14:39]
▲ 계속된 경기에서 '학범슨' 매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김학범 감독     ©권영헌

 

"성남은 원래 약한 팀이 아니다. 지금의 순위에 있을 팀은 더욱 아니다."

 

6년만에 친정팀 성남FC으로 돌아온 김학범 감독이 복귀전인 지난 9월 6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K리그 클래식 24라운드 홈 경기를 2-0으로 이긴 직 후에 본 기자에게 했던 말이다.

 

성남을 가장 잘 아는 감독

 

2014시즌 초반 모든 전문가들이 강등 1순위로 분류할 만큼 약한 전력을 갖고 있었던 성남FC였다. 거에 더해 박종환 감독의 폭력사태로 인한 퇴진과 이상윤 감독대행의 성적부진까지 많은 부침을 겪은 성남FC가 급속도로 안정을 찾은 것은 김학범 감독이 부임하고 부터다. 

 

김학범 감독 부임이후, 매 경기마다 김감독은 선수들의 장단점 파악에 나섰다. 경기의 승패도 중요하지만, 많은 경기를 치뤄야하는 리그에서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하고 적재적소(適材適所)에 배치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6년만에 친정팀 성남FC로 돌아온 김학범 감독     © 권영헌

 

지금도 김학범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지난 9월 13일 포항과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내내 부진했던 김동섭을 대신해 성남FC 최전방 공격을 맡아왔던 황의조의 부상이다.

 

시즌 전반적으로 골이 적었던 성남FC에서 그나마 활기차게 상대방 수비진영을 흔들던 황의조의 부상은 성남FC를 더욱 골가뭄에 시달렸고, 김동섭은 김학범 감독의 바램처럼 골 감각이 살아나지 않아 팀의 성적과 함께 김 감독의 속도 함께 타들어갔다.

 

그러나 김동섭은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김학범 각독에게 보답이라도 하듯이 11월 26일 인천과의 37라운드 경기에서 결승골을 뽑아내고 성남FC를 강등권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려놓았다. 이 역시 성남FC 전체 선수단을 꿰뚫고 있는 김학범 감독의 기다림의 미학이 만들어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 교체되서 나오는 김동섭을 격려하고 있는 김학범 감독     ©권영헌

 

할 것을 분명히 아는 감독

 

"부산이 올해 우리에게 승점 9점을 갖고 갔다. 이제 우리에게 3점은 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올라가는데만 초점을 맞추겠다."

 

김학범 감독에게 FA컵 우승팀이라는 우쭐함은 없다. 당장 눈 앞에 놓인 강등권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것 같은 감독의 자세는 선수들에게 많은 동기부여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학범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내는 작전지시인 것이다.

 

축구 명문학교 출신도 아니고, 유명 선수 출신도 아닌 김학범 감독이 황선홍, 서정원 등 유명 선수출신이 많은 K리그 지도자들 사이에서 명감독으로 자리잡고,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승리를 만드는 김 감독 특유의 공부하는 지도자 스타일의 결과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학범슨'이라 부른다.

 

▲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수첩에 기록하는 '학범슨' 김학범 감독     ©권영헌

 

시민구단에 가장 잘 맞는 감독

 

"성남시민들의 힘으로 최선을 다해 뛰겠다."

 

FC서울과의 FA컵 결승전을 앞두고 김학범 감독이 내세운 출사표다. K리그의 골리앗인 전북현대와 FC서울과의 경기에서 김학범 감독이 항상 염두에 뒀던 것은 성남시민들의 성남FC였다. '성남FC가 시민구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시민구단 성남FC 감독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피력하기도 했다.

 

성남종합운동장 훈련 중 만난 김 감독은 성남종합운동장에 대한 감회를 이야기하며 "좀 더 많은 성남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성남FC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이 곳(성남종합운동장)을 조금만 리모델링을 하면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오실 수 있을텐데..."라며 구체적인 리모델링 계획까지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최소한의 리모델링 비용을 전제로 하면서 말이다.

 

또한, 김학범 감독은 "예전(성남 일화)과는 틀리게 경기 결과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크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 이유로 "지금(성남FC)은 경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성남시민들에게 죄송한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거둬 성남FC를 사랑하는 모든 성남시민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학범 감독이 황의조의 부상을 가장 아쉬워했다.

    (사진은 지난 11월 26일 교체출전한 성남FC 프랜차이즈스타 황의조)     © 권영헌

 

K리그 클래식에서 시도민구단들이 롱런 할 수 없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재정적인 부담이다. 그 중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선수연봉. 최소한의 자금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야하는 시민구단은 적은 연봉의 선수를 발굴해 키워내야하는 숙명적인 숙제를 갖고 있다.

 

시민구단으로 시민들에게 해야하는 역할과 선수육성. 시민구단감독으로 가져야 할 덕목이 여러가지가 있긴 하겠지만 적어도 앞에 말한 몇몇 가지에서 김학범 감독은 시민구단 감독으로 적합한 몇 안되는 감독 중에 한명인 것은 분명하다.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성공시켜라!!

 

김학범 감독은 FA컵 우승의 기쁨을 만끽할 정신이 없다. 자칫하면 시민구단 출범 첫 해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될 처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26일 인천과의 경기에서 승리로 한 숨 돌리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강등권을 벗어난 것이 아니기에 김학범 감독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제 마지막 한 경기가 남았다. 마지막 경기결과에 따라 승강플레이오프가 결정되기에 선수들의 체력고갈과 경고누적 등의 어려운 상황을 넘기 위해서는 어느 때보다 '학범슨 매직'이 필요하다.

 

오는 11월 29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있을 부산 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자력으로 K리그 클래식 잔류를 확정짓고 성남시민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는 '학범슨' 김학범 감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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